삼성전자 영업익이 629%나 증가한 까닭은? - IFRS(국제회계기준)
삼성전자의 2010년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2009년 1분기와 비교해서 629% 증가했다고 한다. 그야말로 놀라운 실적, 어닝 서프라이즈(earning surprise)다. 2009년 1분기 29조였던 매출액이 올해 1분기 34조원으로 증가되어 매출액의 증가율이 19%인 점을 감안하다면, 영업이익의 증가율 629%는 다시 한 번 놀랍고도 당황스럽다. 영업이익 증가율이 매출 증가율과 다른 궤적을 그리는 가장 큰 원인은, 반도체 가격이 2~3배 상승하였기 때문에 매출이 크게 증가하지 않더라도 남는 것이 많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또 다른 이유가 있는데, 그것은 회계기준이 변경되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의 엄청난 변화는 국제회계기준에 따라 연결재무제표 내에 포함시키는 자회사의 범위와 계정과목이 달라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요즘 국제회계기준(International Financial Reporting Standards)이라는 것이 재계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경제신문에서 국제회계기준이란 것이 적용되면 기업의 재무제표가 어떻게 달라 보이는지 투자자들은 무엇에 주의해야 하는지를 다루고 있다. 2007년 한국에서는 국제회계기준의 적용을 준비하는 로드맵을 발표했고 이에 따르면 2011년에는 큰 기업부터 그리고 2013년에는 대부분의 상장기업에 확대할 것이라고 한다.
제도가 변화하면 거기에 적응하는데 약간의 어려움이 있는 것은 당연지사, 그러니까 그런 일시적인 피곤함을 감내하고 나면 한국 회계의 '국격'이 높아지고 국제 자본시장에서 한국의 기업들을 정당하게 대우해줄 것이라는 기대가 국제회계기준의 도입을 추진한 배경이 된다. 그러니까 국제회계기준은 '먹기에 좀 쓴 약'이라고나 할까. 그런데, 정말 그럴까?
▲삼성전자의 2010년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2009년 1분기와 비교해서 629% 증가했다고 한다. 그야말로 놀라운 실적, 어닝 스프라이즈(earning surprise)다. 여기에 또 다른 이유가 있는데, 그것은 회계기준이 변경되었기 때문이다. ⓒ뉴시스
물론 국제회계기준이 가진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개별재무제표 보다는 연결재무제표를 강조하여 지금까지 지배와 피지배 관계로 묶여 있었으나 연결재무제표에 포함시키지 않았던 비상장 자회사나 적은 규모의 자회사, 또는 특수목적회사(자산유동화를 위한 종이회사 등) 등이 연결재무제표로 들어온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연결중심의 회계는, 그것이 얼마나 쉽고 가능할지 모르지만, 아무튼 경제적 실질을 반영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우려스러운 것은, 국제회계기준의 핵심 정신이 바로 시가평가와 원칙중심에 있다는 점이다.
시가평가 위주의 회계가 이번 금융위기를 더욱 증폭시켰다는 학계의 주장은 틀린 얘기가 아니다. 금융기관이 보유한 자산이 부실해져서 시장에서 낮은 가격으로 거래되기 시작하고, 이 때 낮은 가격 때문에 발생한 평가손실을 회계장부에 시가로 그대로 반영한다고 해보자. 그러면, 금융기관의 재무상태가 급격히 나빠지고 이를 지켜본 금융기관의 예금자와 투자자들은 급격하게 금융기관으로부터 이탈하기 시작한다. 이러한 이탈은 금융기관의 현금유동성을 악화시켜 곧바로 금융기관을 파산으로 몰아가게 된다는 주장이다. 1930년대의 대공황 당시 피셔라는 걸출한 경제학자는 유동성 위기에 몰린 금융기관들이 더욱 자산투매를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려고 하는 바람에 자산가격이 더욱 폭락한다는 부채-디플레이션(debt-deflation) 이론을 제시한 바 있다. 시가회계는 부채-디플레이션을 더욱 증폭시키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금융위기로 인해 금융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논의들이 제출되는 지금 상황에서도, 시가회계를 중심으로 한 국제회계기준은 크게 변경될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그 이유는 뭐가 옳다 고 판단하기 곤란한 문제들이 얽혀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동시에 국제회계기준을 전 세계적으로 밀어붙인 영미식 자본주의의 시장중심주의가 이번 금융위기로 크게 힘을 잃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기업의 주식가격이 50억에서 100억으로 높아졌다고 해보자. 이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들은 장부에 이전의 구입가격 50억이 아니라 현재 시가인 100억으로 기록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해 보인다. 그러나 이렇게 자명해 보이는 것에도 해명하기 곤란한 세 가지 정도 난점이 존재한다.
첫째는 진정 기업의 가치가 100억으로 증가되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인가? 경제학의 오른쪽 끝으로 가면 효율시장가설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는 시장의 가격이 기업의 미래가치를 가장 정확하게 설명하는 지표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그리하여 투기세력과 사람들의 불합리한 희망들에 의해 가격이 근거 없이 변동할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 눈을 감는다. 이 믿음에 근거하면 기업의 가치는 항상 시장에서 형성되는 가격인 것이고 그것을 기업의 미래가치를 표시하는 장부에 기재한 것이 당연하지 않는가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는 그렇게 딱 부러지듯 답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둘째, 회계가 하는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한 논란이다. 회계학자들과 재계, 그리고 영미식 자본주의를 주창하는 쪽에서는 회계란 경제의 현 상태를 고스란히 담아내어 보여주는 스냅샵(snapshot)이지 규제와 감독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반면, 금융위기를 시발로 금융개혁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금융안정성을 높이는 쪽으로도 회계가 이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국제회계기준이사회(IASB)의 독립성에 문제를 제기하였다. 이 역시 쉽지 않는 문제이다.
셋째, 기업의 이익을 누구에게 줄 것인가에 대한 부분이다. 회계라는 작은 제도의 문제를 가지고 기업의 이익의 배분이라는 커다란 문제와 연결시키는 것이 '침소봉대'라고 할 수도 있다. 물론, 그런 해석으로까지 나아가는 사태가 없기를 바란다. 유럽 대륙은 시가평가를 최대한 억제하고 기업의 이윤을 여러 해에 걸쳐 인식하도록 하는 회계제도를 가지고 있었다. 이런 회계제도가 경영자들에 의한 회계부정을 크게 증가시킬 수도 있었을 터인데, 그러나 이 '낡아빠진' 회계제도가 의외로 문제가 되지 않았던 이유는 이 기업과 오랜 관계를 맺고 있었던 은행, 노동자, 하청업체 등이 견제와 감시로 그 공백을 메워주었기 때문이었다. 여하튼 여러 다른 사회제도적인 장치와 더불어 유럽의 회계제도는 이익이 나는 순간 바로바로 배당으로 주주에게 그 이익이 빠져나가는 것을 최대한 막고 기업의 장기적인 투자를 보장하는 회계제도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영미식의 회계제도는 시가를 중심으로 하고 자본시장에서 형성되는 기업에 대한 평가를 중시하는 시스템으로써, 기업의 이익이 쉽게 배당으로 유출될 수 있으며 기업내적 자원의 흐름 역시 주주들의 이해를 대변하는 방향으로 집중된다. 유럽의 대륙 중심의 회계가 2005년 유럽의 국제회계기준의 적용으로 결국 무너지게 된 것은 유럽 연합 내부의 자본시장의 통합과 1990년 이후 진전된 신자유주의적 흐름의 결과였다고 할 수 있다.
결국 시가회계가 좋은가 원가주의 회계가 좋은가 라는 문제는 기업가치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와 회계의 역할이 무엇인가 그리고 기업의 이익이 어떻게 사용되어야 하는가라는 좀 더 큰 가치지향적인 문제로 연결된다. 이 문제는 결국 누구의 손을 들어주고 무엇을 희생시킬 것이며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조직되어야 하는가에 대해서 말할 뿐이다.
경제의 현재 상황을 그대로 반영해야 한다는 국제회계기준의 시가중심주의가 경제의 안정성과 어떻게 충동하는지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는 은행의 대출채권에 대한 손상(impairment)에 대한 것이다. 이 문제를 좀 더 생각해보자.
은행의 본업은 가계와 기업에 돈을 빌려주는 것인데, 이 대출채권에 대해 돈이 떼일 경우를 대비하여 대손충당금을 채워놓게 한다. 그런데 대손충당금은 현재 은행업회계기준에 의하면 정상채권, 요주의채권, 고정채권, 회수의문채권, 추정손실채권으로 분류하여 각 분류별로 몇 %씩 설정되는데, 2007년 4대 시중은행의 총 대출채권은 약 527조원(2007년 대차대조표 참조)이며 여기에 대하여 7조원 정도의 대손충당금이 설정되어 있었다.
그런데 대손충당금이 문제가 있는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그리고 추정손실채권을 대상으로 많이 설정되었으리라는 통상적인 추측과 달리, 7조 원의 68%인 5조 원 정도가 정상채권에 대하여 설정되어 있다. 국제회계기준은 현재 발생된 돈 떼일 가능성에만 주목하기 때문에 정상적인 채권에는 대손충당금을 설정할 필요가 없어 2조 원의 대손충당금만 설정되면 된다. 이렇게 되면 개별은행에게는 좋다. 왜냐하면 대손충당금을 설정하지 않으면 손실이 적게 나고 영업이익이 증가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금융위기가 발생했을 때 적게 설정된 대손충당금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손실이 발생할 것이고 그 경우 대손충당금을 모두 소진하여 은행의 부실과 파산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이는 은행의 문제가 아니라 은행의 신용공여에 의존하는 가계와 중소기업이 경기불황에 더욱더 돈 가뭄에 시달리게 한다는 점이다. 이는 국민 경제 전체를 취약하게 한다. 이렇게 본다면, 시가주의를 위해 금융안정성 더 나아가 국민경제의 안정성을 포기하는 셈인데, 이 지점은 심히 우려스럽다.
국제회계기준의 두 번째 우려스러운 지점은 원칙주의를 지향한다는 점이다. 기업은 자신의 장부를 외부에 가장 좋게 보이고 싶어 하는데 여기에 제동을 거는 브레이크와 같은 장치가 바로 회계감사제도인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런 브레이크가 잘 작동하지 않음을 역사적으로 엔론사태 등을 통해서 잘 알고 있다. 가까이는 안톤 발루카스(Anton Valukas) 보고서가 이번 서브프라임 위기 당시 투자은행들이 재무제표를 보기 좋게 윈도우 드레싱(window dressing)한 사실을 지적하였다. 그런데 문제는 지켜야 할 세칙이 존재하는 상황에서도 이를 교묘히 벗어나고자 하는 기업과 회계법인의 공모가 있는데 만약 세칙이 없이 큰 원칙만 존재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라는 것이다. 아마도 적발할 수 없는 회계부실이 공공연히 자행될 가능성이 더욱 커질 수 있다.
회계감독체계가 엄격하게 정비되지 않은 제도적 조건들, 다양한 금융거래가 복잡하게 발생하는 객관적 조건들과 회계조작을 통해서 기업의 장부를 과대포장하고 싶은 주관적 인센티브가 만나면 회계부정이 합법적으로 발생하고 막대한 소송비용이라는 사회적 손실이 생길 가능성이 커진다.
정리하자면, 시가와 원칙주의는 약이라기보다는 독에 가깝다. 물론 어떻게 이것이 사용되는가에 따라 달라지지만, 회계감독체제가 적절하지 않으며 금융거래가 더욱 복잡해지고 시가주의의 단점을 보완한 장치가 없는 현재의 상황에서는 더욱 독이 될 가능성이 크다.
캐나다와 미국이 라틴 아메리카의 자본시장을 육성시킬 목적으로 만든 미주증권감독자협회로부터 진화한 국제증권감독위원회가 국제회계기준이사회를 좌지우지하는 상황에서 볼 때, 국제회계기준은 유럽의 회계기준이 미국의 회계기준을 제압한 것이 아니라 영미식 신자유주의적 회계기준이 유럽의 대륙식 회계기준을 제압하고 전세계로 힘을 확대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금융위기로 인해 무분별한 금융자유주의와 탐욕에 대한 반성과 회개의 시간을 가질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국제회계기준은 국제화된 자본시장에 의해 기업을 평가하고 자원을 조절하는 영미식 신자유주의의 극단으로 나아가는 데 일조할 회계 장치로 작동할 가능성이 커졌다.


덧글
쓰레기청소부 2010/04/21 17:45 # 답글
포스팅 잘 보고 갑니다.
Optimist 2010/04/29 23:59 # 답글
ㅇㅇ 와까리마시다~